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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고 있는 혹은 사라질 것들


Photography
Personal Project
친구들과 추억에 취해 고등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내려다보면 참 아름다웠던 산 능선은 이제 흔하디 흔한 아파트 능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새삼 ‘여기가 우리 동네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친숙하고 편안해야 할 동네가 도리어 낯설어지고 있다. 나는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거리가 변모하는 모습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누구는 이제 우리 동네에 뭐가 생기고 뭐가 생기고 신나서 떠드는 데 나는 공감을 못 하겠다. 있는 건 없어도 정겨웠던 우리 동네는 이제 있는 건 있어도 지극히 평범한 동네로 바뀌었다. 내가 아는 우리 동네는 이제 내 기억 속에서만 산책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길 위에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은 새로 지은 휘황찬란한 건축물들이 아닌 빛바랜 건물들이다. 이것이 오래된 건물이 뿜어내는 중후한 매력 같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 보다는 저 건물들도 옛날 우리 동네에 있던 건물들처럼 언젠가는 없어지고 잊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낡은 건물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내 기억 속 동네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이미 새롭게 바뀐 모습보다 사라져 가고 있는 혹은 사라질 것을 직감한 것들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아마도 이미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너무 많이 느껴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외형들의 단편들을 포착하면 내가 애정하던 그 순간들이 있었던 그 때로 시간을 조작할 수 있다. 내가 담은 시간에서 이 건물들은 영원하길 바란다.


Hongrae kim